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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도르

Think Again (싱크 어게인) - 애덤 그랜트 [씽크 아님 주의]

 

대학 3학년쯤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이 있었는데 다름 아닌 자사의 '중용'을 해설한 도올 선생의 '중용 인간의 맛'이었다. 읽은 지 매우 오래되어 세세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략적으로 기억하는 책의 골자는 문제의 양 극단까지 포함하여 생각한 뒤, 결론을 내리는 것이 선을 행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흔히 우리는 중용을 지키라는 말을 중립성을 지키라는 말로 많이 사용하지만, 선을 행하려면, 양 극단 중 하나가 타당하면 기꺼이 극단을 선택해야 한다는 말이므로 중간을 지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행동이나 말을 하기 전에 나의 선택지들을 고려하고 혹시 선택지 안에서 내가 모르는 것이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알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해보는 것. 이런 측면에서 애덤 그랜트의 싱크 어게인은 자사의 중용과 비슷하다.

 

책에는 여러가지 내용이 나오지만, 한마디로 후려치자면, 현재의 답은 현시점의 답일 뿐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변화하는 상황들, 고려하지 못했던 요소들 그리고 우리의 시점이 바뀜에 따라 기꺼이 나의 답도 변화할 수 있다는 유연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상황에 타당한 결정을 위해서는 현재의 답을 가지고 있어도 계속해서 공부하여 지금의 답보다 더 나은 답을 능동적으로 찾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책은 이렇게 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했는데 그 중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요약해본다. 

 

1. 과학자적인 마음을 가지고 현상과 답을 탐구하라.

2. 현재의 답을 확신하지 말고 더 많은 정보에 따라 지속적으로 수정하라. 현재의 답은 당신의 정체성이나 자아의 일부가 아니다. 과정의 일부이다.

3. 자신이 틀렸을 때 겸허히 인정하고 발전의 계기로 삼아라. 그리고 틀렸다고 말해 줄 수 있는 사람들과의 건설적인 갈등을 피하지 마라.

4. 하지만 갈등하는 과정에서 논쟁을 하다보면 때로는 감정의 상승이 있다. 이것을 두려워하지 않되 감정의 상승이 있더라도 문제에 집중하고 논쟁 자체가 하나의 과정으로 인식되도록 경청하고 또 설득하라.

5. 설득을 할때 강력한 근거 몇 가지가 허약한 근거 몇십 가지 보다 효과적이다. 하지만 대화 자체가 풀리지 않는다면 주제의 스팩트럼을 넓혀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대화하라.

6. 장기계획보다 성취가능한 단기 목표들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삶에 대해 점검해보고 다시 생각해보자.

 

대부분의 자기계발서가 그렇듯 텍스트 자체가 매우 감명 깊은 책은 아니었다. 책은 꽤 드라이하고 데이터와 다이어그램 등으로 차있어 한번 집으면 멈출 수 없는 흡입력은 없다. 하지만 읽으면서 여러 지점에서 나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대입해보고, 고려해보는 시간은 시의적절했다. 특히 최근에 다시 한번 내가 경청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는데, 분명 머리로 듣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온전히 상대의 말에 집중해서 그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있는지 의심하게 됐다. 또 근래 몇 년 동안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는 경험을 했고, 그에 따라 나의 삶에 대한 , 나의 커리어에 대한 그리고 삶의 의미에 대한 재점검들이 빈번하게 이루어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고민들에 대한 좀 더 넓은 스팩트럼의 관점을 가지고 다시 생각하기를 해볼 수 있었다. 시원하게 어떤 답을 얻었다기보다는, 책이 제공하는 다양한 도구로 다시금 나와 나의 삶을 해부해보는 시간이었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도 쓰여있듯, 우리의 답은 깔끔한 결론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속 시원한 종지부도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책은 독자를 다시 점프대에 세워주는 역할을 훌륭히 해낸다.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있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리된 텍스트로 리프레쉬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더불어 한마디 더 붙이자면, 이 책은 내가 참여하고 있는 북클럽에서 선정된 책이다. 따로 언급하진 않지만, 읽은 책에 대한 대화는 거의 대부분 책 그 자체보다 더 큰 의미와 즐거움을 준다. 기꺼이 자신의 의견을 공유해 틀린 것을 틀렸다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들과 책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 북클럽 자체가 내게 책에 대해, 또 많은 현안과 문제에 대해 "Think Again"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므로 thanks again (찢었다).

 

www.youtube.com/watch?v=KgXtSx8ub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