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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도르

The Formula (포뮬러) -

성공의 공식. 왜 사람들이 성공하는 가를 과학적으로 증명한 책. 여러 추천사에서 성공을 하기 위해 읽어야 하는 책으로 묘사된 이 책. 나처럼 의심 많고 염세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무 배경지식 없이 이 책을 처음 봤다면, 아마 영화 신세계의 황정민의 대사를 생각했을 것 같다.

 

"드루와, 드루와"

 

반신반의하면서 전투태세를 갖추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버러바시 얼베르트 라슬로(Albert-László Barabási)는 네트워크 이론의 선구자로 불리는 데, 풀어보자면, 여러 가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요소들의 관계를 통계학적으로 분석해서 복잡한 요소들 사이에 존재하는 나름의 질서를 알아내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즉 버러바시의 작업은, 성공한 사람이나 현상에 존재하는 요소들을 특정하고 그 요소들이 어떤 방향성 혹은 반복성을 보였는가를 통해 성공의 척도를 가늠하는 시도를 한 것이라 하겠다. 이런 시도가 개별적인 일회성 사례에 국한되지 않고, 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계학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들을 도출한 것이기 때문에 이 것을 성공의 공식이라고 지칭한 것이다.

 

버러버시는 총 5가지의 공식을 제시하는데 다음과 같다:

 

1. 성과 + 연결망 = 개인의 성공

"성과"라는 것은 생각처럼 측정 가능한 것이 아닐 때가 많은데 그럴 때는 연결망(흔히 인맥도 포함되는)이 성패를 좌우한다.

 

2. 성공 + α = ∞

성과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성공은 무한하다. 경제학에 보면 수확 체감(한계 생산 감소:Dimishing Return)에 해당되는 개념인데, 성과의 차이를 조금 더 내기 위해서는 점진적으로 훨씬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성공을 해내면, 보상은 기하급수적이다. 

 

3. 과거의 성공 x 적합성 = 미래의 성공

한 번 성공에 도달하면 성공은 성공을 부르고, 그 시대에 맞는 적합성을 유지하면, 지속적인 성공이 가능하다.

 

4. 다양성 + 균형+ 리더십 = 팀 성공

팀이 성공하려면 다양한 균형이 필요하지만 팀이 성과를 올리면 오직 한 사람만이 공을 독차지한다.

 

5. Q-요인 x 끈기 x 노력 = 장기적 성공

노오오오력.

 

정리하면, (Q-요인 x 끈기 x 노력 + 연결망 + 균형 + 리더십 + 다양성을 갖춘 팀) x 지속적인 적합성 = 지속적인 성공 = 무한의 보상.

 

이렇게 정리하면 뭔가 복잡해 보이지만, 요는 끈기 있게 적성에 맞는 일에 매진하면서 주변에 나의 성과를 알리는 작업을 잘하고 인맥과 연결망을 잘 갖춰 나가면서 다양성을 갖춘 팀과 균형을 갖추고 협업을 통해 시대에 맞는 지속적인 적합성을 갖추면 성공한다고 한 줄 요약할 수 있다. 혹시 화들짝 놀라며 큰 깨달음을 얻었는가?

 

아마 그런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사실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우리가 모르는 사실을 알아내서가 아니라, 이미 어렴풋이 알고 있는 사실을 통계학적으로 의미 있는 연구를 통해 "강화"해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많은 이야기들은 우리와 구면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이하 인터넷 참조),

 

1. 밴드웨건 효과:  어떤 선택이 대중적으로 유행하고 있다는 정보가, 그 선택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효과를 말한다.

2. 보유효과: 사람들이 어떤 물건(또는 지위, 권력 등)을 소유하고 있을 때 그것을 갖고 있지 않을 때보다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여 소유하고 있는 물건을 내놓는 것을 손실로 여기는 심리현상을 말한다.

3. 앵커링 효과: 소비자들이 특정 가격에 익숙해지면 현실을 잊은 채 상품의 가치를 판단하게 된다. 

4. 후광 효과: 일반적으로 어떤 사물이나 사람에 대해 평가를 할 때 그 일부의 긍정적, 부정적 특성에 주목해 전체적인 평가에 영향을 주어 대상에 대한 비객관적인 판단을 하게 되는 인간의 심리적 특성을 말한다. 

 

몇 가지 추려서 예를 들었지만, 책이 사례로 들었던 대부분의 경향성은 위와 같은 효과들로 이미 사회적으로 널리 인식되고 있는 부분들이다. 또한 아마 어떤 분들은 이미 반증 가능성이 없는 순간부터 이 책의 "과학성"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사실 과학도는 아니기에 이런 연구가 과학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유구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논쟁에 대해서는 차치하겠다. 

 

그래서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없는 걸까?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 교수 정재승 교수(알쓸신잡과 비트코인 논쟁으로 유명한)는 이 책의 추천 서문에 이렇게 적었다.

 

"이 책은 '성공의 공식'이라는 매력적인 부제를 달고 있지만, 한 사회가 사회적 성취를 어떻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 보고서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이 성공으로 질주하는 데 필요한 안내서가 아니라, 위대한 성취를 이룬 자들의 삶을 데이터로 엿보는 삶의 지침서가 되었으면 한다."

 

책을 다 읽은 지금 나는 이 말에 매우 공감한다. 비록 정재승 교수가 마지막 문장에 언급한 "성숙의 공식"으로 읽힐 수 있을지는 조금 의문이지만, 적어도 데이터로 분석한 성공의 경향성을 보여주는 보고서 격의 책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바꿔 말하면, 성공이라는 것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 이 책은 "어휘력"을 증진시켜주는 책이다. (Antifallible 북클럽 회장님 코멘트 인용) 성공을 바라보는 데 있어서 좀 더 넓은 인식과 체계로 분석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이다. 그런 점에서 책의 톤과 제목과 달리 책에서 읽을 수 있는 많은 내용은 훌륭하고 가치 있다. 다만 이 가치 있는 내용이 독자를 성공으로 이끄는 구체적인 방법이 아닐 뿐이다. 

 

호기롭게 "드루와"를 외치며 책을 폈지만, 책은 쉽게 읽혔고, 흥미로운 내용이 꽤 많았다. 다만 언제나 그렇듯 책을 포장하고 홍보하고 판매하는 데 있어서 선택한 방법이 불만일 뿐이다. 버러바시 교수는 분명 네트워크 이론의 선구자이고, 이미 이전에 Linked(링크)라는 책으로 과거의 성공을 보유한 작가인데 굳이 이런 무리수를 두며 책의 본질과 다른 내러티브를 차용했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혹은 이런 전략을 선택해 자신만의 "적합성"을 도모했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다. 

 

저번 독후감의 정신을 이어받아 이번에는 영화의 짤로 마무리한다.